geek.log2009. 5. 21. 18:54
스타트렉. Two Thumbs Up! 지난 금요일에 마눌님 교육 끝나길 기다리면서 극장에서 혼자 봤는데, 난 트레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를 끓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스포일러 경고!!!!!)

다만 역시, 자막 번역은 개판. 일단 나의 가장 큰 불만은 원작자가 구태여 'black hole'이라는 일반적인 용어를 선택하지 않고 'singularity'라는 현학적인 용어를 택한 것을 무시하고 그냥 '블랙홀'이라고 한 점. 그리고 내 생각으로는 'red matter'는 다분히 'dark matter'에서 차용한 용어선택인것 같은데 그냥 '적색시약'이라고 한 점. 그리고 커크-스팍-맥코이 등 주요 등장인물의 경어체 사용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 'warp'와 'beam transport'를 '순간이동'으로 헷갈리게 표기하는 점. 계급 표기가 제 멋대로인 점(해군에서 commander면 소령이나 중령쯤으로 번역해야 맞는거 아닌지? 부함장의 직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등등등. 여기에 벌칸인들의 현학적인 말투가 안살아났다거나 하는 캐릭터 성격 해석까지 결부하면 끝도 없으므로, 불평은 여기까지 하고,

(스포일러 경고!!!!!!)

여하튼간, 영화 보는 내내 박수치고 탄성지르고 생쑈를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다행히 내 앞줄에 양키 한 무리가 일렬로 앉아서 나보다 더 큰 주목을 끄는 행동을 했기에 나의 괴성은 가려졌다는 점이 다행. 특히 커크 함장의 이름을 지을 때, 엔터프라이즈의 자태가 드러날 때, 레너드 니모이가 등장할 때, 등등은 어렸을 때 가끔 보았던 TV시리즈의 추억이 되살아나면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탄성을 내게 되더라는.

스타트렉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SF를 좋아했었나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지! 우주는 진공이므로 소리가 전달이 안돼!", "그렇지! 물체 전송할 때에도 운동량은 보존된다고!", 혹은 "그렇지! 블랙홀은 시공간의 구조에 영향을 끼친다고!" 이렇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장면들에서 SF 덕후의 감수성이 발동하기 시작. 후후후.

그리고 스타트렉 시리즈의 모토, 'Space, the Final Frontier'. 아직 알 수 없는 것들의 모습을 (그럴싸 하게) 그려 보는 것이 SF의 본래적 재미라고 본다면, 스타트렉의 이 모토가 SF 덕후의 피를 본격적으로 끓게 만드는 요소. 아직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우주를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알아나가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SF의 고전적 가치를 보여준 영화가 이제껏 몇이나 나왔었던가!

사실 난 스타트렉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극장판은 나도 트레키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안본 사람들도 보라고 강추중이다. 커크/스팍/맥코이/스카티 정도의 핵심 캐릭터만 알고 있으면 (딱 내가 알고 있는 수준) 영화의 잔재미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SF의 탈을 쓴 액션영화와 판타지 영화가 판을 치는 와중에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SF영화.

Posted by u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