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log2007. 6. 22. 23:10

난 '아는 척'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아는 척 하는 건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내용은 '모른다'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어렸을 때 부모님은 "넌 대체 아는게 뭐냐"라고 종종 구박을 하곤 했다.

같은 맥락에서, 난 2차 저작물을 별로 안좋아한다. 2차저작물을 읽고 원전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냥 '아는척'일 뿐이다. 그래서, "플라톤이 말하긴 쏼라쏼라" "칸트가 말하길 이러쿵" "칼 포퍼가 미친 영향은 저러쿵"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뭐시기" 이런 식으로 쓰여진 2차 저작물을 싫어한다.

그런데 지금껏 나는 2차 저작물에 담긴 죽은 지식을 채우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교육은 전적으로 2차 저작물에 의존한 것이었다. 단적으로, 교과서자체가 내가 혐오해 마지 않는 2차저작물의 대표작인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는 교과서를 신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대에 뒤쳐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고, 게다가 2차저작물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차저작물에는 새로운 내용은 물론이고 작가혼도, 시대정신도, 인간의 뇌를 깨우는 자극도 없다. 그냥 누군가가 만든 내용에 대한 '튀지 않는' 주석이 있을 뿐이다. 이 사람이 이런 업적을 만들어 냈는데, 보통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하는 주석들 뿐.

플라톤 철학을 알고 싶은가? 그럼 플라톤이 직접 쓴 책을 읽자. '국가' 번역본으로 시작하는게 좋겠다. 칸트의 철학을 알고 싶은가? 그럼 '순수이성비판'이 많이 번역되어 있다. 읽자. 특수상대성이론을 알고 싶다면, 지금은 어디서나 아인슈타인이 직접 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구할 수 있다. 읽어보자. 어렵지 않다.

그래서, 30살이 되기 전에 다음의 책을 꼭 직접 (일부는 다시) 읽어보고자 한다. 현대인으로서 최소한의 교양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u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