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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1.14 20000 1
  3. 2009.08.22 시대의 상징들
  4. 2009.06.23 트위터 시작 1
  5. 2009.05.28 강가에서 1
  6. 2008.01.24 크로스 플랫폼 게임개발 1
  7. 2007.06.22 30살이 되기 전에 6
  8. 2007.01.10 왜 안만들까. 2
  9. 2006.10.09 프로그래밍에 대한 나의 생각
  10. 2006.04.24 내가 온라인 게임을 안하는 이유 1
misc.log2016. 4. 17. 16:15

2006년 이후의 내 PC사양을 기록해본다.
그 이전의 기록은 여기


2007년

CPU : Intel Core2Duo E6600

코드네임 Conroe. 멀티코어의 시대를 자리잡게 한 기념비적 듀얼코어 CPU. 잠깐 AMD에 빼앗겼던 대세를 다시 돌려놓은 인텔의 전환점. 시제품으로 벤치마크를 했을 때부터 기존 자사 제품은 물론 AMD CPU까지 쌈싸먹었던 결과가 나와서 출시하자마자 "당연히 CPU는 콘로"라는 인식이 박혔다. 나도 13년간 인텔을 써오다가 잠깐 AMD를 썼지만 콘로가 나오자마자 그해 가을쯤 다시 인텔로 갈아타게 되었다. (2016년 현재 상태를 보면 이후로도 쭉 당분간은 AMD CPU로 바꿀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메인보드 : ASUS P5K

CPU를 다시 인텔 제품으로 바꿨기에 어쩔 수 없이 메인보드도 인텔 칩셋으로 교체. 소켓1155가 오래 갈것이란 발표가 있었기에 좀 고가의 메인보드로 CPU업글을 한번 더 할 생각으로 산 제품.


그래픽카드 : GeForce 7900GS

원래는 AMD Athlon64 3200+를 쓰다가 한번 그래픽카드만 업글 한 것인데, CPU+메인보드로 돈을 많이 들여서 그냥 쓰던 걸 계속 썼다.


2009년

CPU : Intel Core2Duo E8400

코드네임 울프데일. 마이너한 CPU업그레이드. 전에 쓰던 E6600은 미러한테 끼워줬다. 울프데일은 이전에 쓰던 콘로보다 저전력, 저발열에 강점이 큰 아키텍쳐라서, CPU를 바꿔달고 귀엽기까지 한 납작한 정품 쿨러의 크기가 인상적.


메인보드 : ASUS P5K
동일 소켓에서 CPU만 바꾼 업글이어서 메인보드는 쓰던 걸 그대로.


그래픽카드 : Radeon HD4850

원래는 7900GS를 쓰다가 8800GT를 사려고 했다. 8800이 처음 나왔을 때는 DX10을 하드웨어레벨에서 지원하는 유일한 물건이었고, 기존 게임 성능도 그냥 당대 최강이었다. 그런데 워낙 잘나가는 물건이 돼 놔서 가격이 잘 안떨어 졌던 것이 문제. 게다가 가격 하락을 기다리다 보니 nVidia쪽 그래픽카드는 9800시리즈가 나왔는데, 이게 사실 8800을 오버클럭한 정도의 제품인지라 메리트가 떨어졌다. 한편 ATI가 AMD에게 먹힌 후 벤치마크에서 지포스보다 앞서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해진 것을 발견. 역시 7900GS는 미러한테 끼워주고 떨거지로 나온 6800GS는 폐기처분. 사실 이후의 업글에서 남게 되는 쓰던 부품은 다 여사님한테 끼워주는 걸로....


2011년

CPU : Intel Core i7 2600K

코드명 샌디브리지. 사실 네할렘이 나올 때부터 무척 갈아타고 싶었는데, 2009년에 이미 울프데일로 CPU를 바꾼 상태에서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네할렘이 나오는 바람에 시기가 안맞아서 여엉부영 하다보니 네할렘의 시대가 가고 샌디브리지의 시대가 온 것.  


메인보드 : ASUS P8P67

ASUS의 P67칩셋 메인보드. P67칩셋은 SATA컨트롤러때문에 말이 많았다. 사우스브리지 내장 SATA컨트롤러만 쓰면 문제가 없었지만, 외부 SATA컨트롤러의 포트에 드라이브를 연결하면 점점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던 것. 나는 다행히도, 자금사정때문에 시기를 기다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P67칩셋의 SATA 문제가 해결된 P67 B3가 출시된 이후에 사게 되어서 문제를 회피.


Radeon HD6850

이것도 CPU교체와 동시에 산 것은 아니고 가을쯤에 따로 그래픽카드만 업글한 것. 이 당시의 nVidia는 8800당시의 아키텍쳐를 가지고 클럭을 올렸다가, 스트림프로세서를 늘렸다가, 또 메모리 대역을 늘렸다가... 하는 식으로 3년을 버티던 시기였다. 사실상 8800, 9800, GT250까지는 그놈이 그놈이다 (모두 코어 아키텍쳐는 G92). 그래서 이번에도 다시한번 그래픽은 역사와 전통의 ATI를 먹은 AMD를 믿고 가 주었다. 이 당시는 AMD가 가장 잘 나갔던 시기로써, 비슷한 시기의 GTX500 시리즈와 성능이 엎치락 뒤치락하면서도 가격이 상당히 쌌다. 한마디로 가성비 갑.



2013년

Intel Core i7 3770

우리집 여사님이 와우를 플레이할 때 끊기는 거 같아서.... 내 PC를 업글하고 샌디브리지를 여사님 PC에 장착. 샌디브리지에서 아이비브리지로의 변화는 GPU쪽에 더 중점이 있고 사실상 CPU성능차이는 10%도 안나지만 발열도 좀 더 적고 전력도 좀 더 적게 먹고 하는 장점이 있다.


메인보드 : GIGABYTE Z77X-UD4H

사실 소켓이 바뀐게 없기 때문에 그냥 쓰던 보드를 써도 되지만, 울프데일을 아직도 쓰던 여사님의 보드도 같이 갈아야 해서 내꺼를 새로 샀다. (어째 이상한거 같다면 기분탓) 이때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고급 부품을 아낌없이 쓰던 걸로 유명했던 ASUS가 예전같지 않은거 같아서 기가바이트로 갈아탐.


그래픽카드 : Geforce GTX 770

툼레이더 리부트를 하기 위해서 2014년에 교체. 당연히 쓰고 있던 6850은 여사님에게. GTX770은 당시 보다 상위로 가려면 780밖에 없었는데 780이 너무 고가라 어쩔 수 없이 770으로 목표를 낮춰서 샀는데, 2014년에 사서 어쨌거나 2016년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2016년도 항목도 곧 생겼으면 좋겠다.... (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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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log2009. 11. 14. 04:43


드디어 20000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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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log2009. 8. 22. 14:50
모두가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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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log2009. 6. 23. 01:18
Posted by uhm
misc.log2009. 5. 28. 21:16
강가에서 - 이문세

그 마음들이 모여 흐른다면 푸르른 강물위로

흐르는 새 하얀 구름이 비출까?

검푸른 강물 위 날으는 새들도

우리의 세상도 머물 곳이 없어

우리가 찾아온 인생의 꿈들도

검은 저 강물에 매 말라 버리지

그러나 우리가 맑은 마음을 모아

저 강물에 다시 흐르게 해

부서지는 흰 물결을 두 손에 가득 담아

사랑하는 그대에게 드리게

지난날 푸르던 한강이 보고싶어

기억 속에 잠긴 그 모습을

할머니의 말씀같이 불어오는 바람에

이제는 후회 다시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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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분향소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던 노래.

Posted by uhm
misc.log2008. 1. 24. 10:38

떡밥이다! (덥썩 우적우적)

 

PC게임계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던 MS를 흔드는 것은 게임 개발사들의 양다리 걸치기, 즉 크로스 플랫폼 개발이다. 게임사 입장에서야 게임 하나 만들어서, 북미에서 흥행할지, 혹은 유럽, 일본, 한국, 중국 어디에서 흥행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주도적인 플랫폼만을 기반으로 출시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하는 법.

 

사실 윈도우 독점의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을 하기 편한 플랫폼이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리눅스를 한동안 깔아서 써봤고, 예~~엣날에는 OS/2도 깔아서 써본 바로는 그냥 웹서핑하고 사무를 보는 것은 어떤 OS를 써도 똑같은 정도로 편하거나 복잡하다는 느낌이다. 다만 다른 것은 게임을 할 때 뿐. 고성능 PC를 들고서 게임을 하고자 했을 때, 리눅스나 맥OS를 쓰고 있다면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 이러한 과점은 positive-feedback에 의한 결과인데, 이 이유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포스팅이 하나 나오므로 생략. 애플 스토어에서는 맥OS지원 게임의 목록을 일일이 게시하고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좁다.

 

이런 추세는 콘솔 게임이 대세를 이루면서 희박해질 수 있다. 콘솔에서 XBOX는 DX와 유사한 API를 쓰지만, 그 밖의 다른 플랫폼은 오픈GL이 대세이고, 심지어 PS3는 리눅스를 OS로 쓴다. 각 게임 개발사들은 그전에는 DX에 기반한 게임만을 만들 기술이 있었지만, 지금은 크로스 플랫폼 개발 위주이다 보니 싫든 좋든 DX와 더불어 오픈GL로도 어찌됐든 게임을 만들줄 알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게임에서 하드웨어 의존적인 레이어를 완전히 분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각 게임개발사들은 원한다면 하드웨어에 의존적인 하위레이어를 교체하여 어떤 플랫폼이든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MS가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실수 하나만 저질러도 시장 우위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이를테면, DX SDK의 하위호환성 포기라든가, DX런타임을 정품인증을 통해서 배포한다든지 (인정하자. 전세계에서 윈도우, 특히 게이머의 PC에 깔린 윈도우는 거의 다 불법복제판이다) 하는 정책적 실수를 저지른다면 게임개발사들은 이제는 "그래? 그럼 DX안쓰고 오픈GL쓰지 뭐"하고 돌아설 수 있게 된다. 그런 후에는 "어차피 오픈GL인데 윈도우로 내면서 맥OS로도 같이 낼까?"하게 된다.

비스타에서 오픈GL 네이티브 ICD 지원을 제거하려다가 결국 못하게 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상 게임과는 별로 관계없긴 하지만 비스타에서 오픈GL지원을 제거하면 오토데스크 같은 커다란 기업이 떨어져 나간다. 오토캐드같은 드로잉 의존성이 큰 녀석을 DX로 다시 짜느니 윈도우에서 맥OS로 플랫폼을 바꾸는게 더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나오면, 적어도 그래픽 시장에서 윈도우는 시장독점적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비스타는 오픈GL의 네이티브 ICD를 지원한다.

 

MS가 독점적 지위를 잃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그 임계점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엘온소프트웨어에서 지적했듯이, 10년 전의 IT분야 10대기업순위에서 MS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봤을 때, MS가 정책적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위태위태하다. 지금도 MS가 사소한 실수 하나만 한다면, 게임개발사들은 (기술적으로는) 언제든 MS와 윈도우로부터 독립선언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하지 않는 것은 MS가 나눠주는 사탕이 너무 달착지근하기 때문.

 

 

Posted by uhm
misc.log2007. 6. 22. 23:10

난 '아는 척'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아는 척 하는 건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내용은 '모른다'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어렸을 때 부모님은 "넌 대체 아는게 뭐냐"라고 종종 구박을 하곤 했다.

같은 맥락에서, 난 2차 저작물을 별로 안좋아한다. 2차저작물을 읽고 원전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냥 '아는척'일 뿐이다. 그래서, "플라톤이 말하긴 쏼라쏼라" "칸트가 말하길 이러쿵" "칼 포퍼가 미친 영향은 저러쿵"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뭐시기" 이런 식으로 쓰여진 2차 저작물을 싫어한다.

그런데 지금껏 나는 2차 저작물에 담긴 죽은 지식을 채우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교육은 전적으로 2차 저작물에 의존한 것이었다. 단적으로, 교과서자체가 내가 혐오해 마지 않는 2차저작물의 대표작인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는 교과서를 신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대에 뒤쳐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고, 게다가 2차저작물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차저작물에는 새로운 내용은 물론이고 작가혼도, 시대정신도, 인간의 뇌를 깨우는 자극도 없다. 그냥 누군가가 만든 내용에 대한 '튀지 않는' 주석이 있을 뿐이다. 이 사람이 이런 업적을 만들어 냈는데, 보통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하는 주석들 뿐.

플라톤 철학을 알고 싶은가? 그럼 플라톤이 직접 쓴 책을 읽자. '국가' 번역본으로 시작하는게 좋겠다. 칸트의 철학을 알고 싶은가? 그럼 '순수이성비판'이 많이 번역되어 있다. 읽자. 특수상대성이론을 알고 싶다면, 지금은 어디서나 아인슈타인이 직접 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구할 수 있다. 읽어보자. 어렵지 않다.

그래서, 30살이 되기 전에 다음의 책을 꼭 직접 (일부는 다시) 읽어보고자 한다. 현대인으로서 최소한의 교양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uhm
misc.log2007. 1. 10. 11:36

대부분의  MMORP게임은 한결같이 잡아주기를 보란듯이 기다리고 있기만 한 몬스터를 뿌려놓는다. 모든 온라인 게임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모두 그렇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 그들은 한결같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지도 않고

잠을 자러 은신처로 가지도 않고

번식을 위해 짝을 짓지도 않고

그저 한자리에서 누군가 잡아주기를 멍하니 서성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언제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에서 자라고

어디서 어떻게 죽는지의 역사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어미의 품 안에서 태어나

시간이 되면 배고픔을 느끼고

배고플 때는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밤이되면 은신처로 가 잠을 청하고

짝짓기 철이 되면 삼삼오오 구애행위를 하고

번식을 위해 생활을 해 나가는 몬스터의 모습을 상상해 본 기획자는 없는 것일까.

 

 

 

 

사실, 몬스터의 '생활'이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 간단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1) 흔히들 얘기하는 서버의 작업 부하.

2) 유저들은 데미지 빠방하게 주면서 몬스터를 잘 사냥할 수만 있으면 장땡.

3) 인위적으로 몬스터의 스폰을 제어함으로써 개체수를 적절히 유지.

4) 모든 유저가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들려면 한자리에서 계속 스폰

등등등..

 

과연 그럴까? 하나씩 보자.



Posted by uhm
misc.log2006. 10. 9. 08:45

"지정문답 XXX"놀이. 나에게는 당연한 귀결인지는 몰라도 '프로그래밍'이란 주제가 떨어졌다.

 

최근 생각하는 『프로그래밍』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소설가는 소설을 씀으로써 자신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을 함으로써 자신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프로그램으로 표현한다.

 화가가 처음 그림을 배울 때는 직선 긋는 훈련, 원을 그리는 훈련, 색을 보는 훈련을 거치고, 음악가가 처음 음악을 배울 때도 음을 구별하는 법, 악기를 다루는 법, 악보를 읽는 법등의 기본기를 거친다. 그 후에는 기술의 유무보다는 저작자 자신의 아이디어와 개성이 최종 저작물의 질을 결정하게 된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여서, 언어의 문법, 개발툴의 사용법, 기본라이브러리, 몇가지 기초 학문의 지식만 있다면, 그 뒤의 작업은 프로그래머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만 해도, 5년전에 익힌 기술 이상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를 않는다. (하긴, 엔진이 5년전 엔진이니) 새기술의 습득보다는 내 스타일의 확립이 중요하다고나 할까.

 

이 『프로그래밍』에는 감동

"프로그래밍"은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을 지칭하는 것이므로, 나로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어떻게 한 소설가가 다른 소설가가 타자기를 놀려 소설을 완성해 나가는 작업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다만, "프로그램"이라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접해본 것중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을 말하자면, MS엑셀이다. 효율성부터 설계의 일관성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정말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나중에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읽고 나서 속으로 "이런 훌륭한 사람이 참여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라 훌륭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

* 효율성 : 엑셀은, 조엘의 말을 빌자면 "번개같이 빠른" 프로그램이다. 방대한 양의 계산을 순식간에 처리해 낸다. 단순히 컴퓨터니까 계산을 빨리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일을 하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했을 때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계산 뿐만 아니라,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번개같이 빠르다. 아래한글이나 MS워드에서 표를 만들고 표 구분선을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움직일 때의 반응성과, 엑셀의 셀 구분선을 드래그해서 움직일 때의 반응성을 비교해보라. 엑셀은 정말 끔찍히도 효율적인 프로그램이다.

* 설계의 일관성 : 엑셀 매크로를 써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매크로의 기본은 작업 내용을 기록해서 나중에 다시 반복하게 해 주는 기능이다. 그런데 MS에서는 이러한 기본 기능을 확장하고 추상화하여 '작업 내용'을 객체로 간주하고 이를 비주얼 베이직의 문법으로 접근할 방법을 마련했다. 이것이 VBA, visual basic for application 이고, 엑셀에는 당연히 엑셀VBA가 매크로로 탑재되어 있다. 엑셀의 모든 구성요소가 객체 단위로 일관성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능이다. 그러기에 엑셀VBA를 이용하면 엑셀을 거의 완전히 내 손에 맞는 전용 툴로 개조할 수 있다. 더군다나 어떤 매크로가 포함된 문서를 여느냐에 따라 외양과 기능이 완전히 달라지는 유연한 전용 툴이 되는 것이다.

보통 프로그램은, 유연하면 속도가 느리게 마련이고,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유연성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엑셀은 그 둘을 다 충족시켜 버렸다. 감동적이다.

 

직감적 『프로그래밍』,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그리고 싫어하는 『프로그래밍』
기획안에서 머릿속에 프로젝트의 모든 구성요소의 설계가 이루어질 때가 있다. 일관성 있게 잘 짜여진 기획안이라면, 코드의 설계도 일관성 있게 잘 짜여지게 된다. 심지어는, 어서 설계를 그려놓고 이 설계에 맞는 코드를 써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날 지경.

그러한 설계를 구현할 때에는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달리는 느낌, 혹은 손가락과 키보드가 일체가 되는 듯한 느낌, 혹은 손가락이 키보드에게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 혹은 코드가, 전체 설계가, 전체 시스템이, 하나의 세계가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듯한 느낌.

분명, 이 세계를 신이란 존재가 만들었다면, 분명 신도 그러한 일관성있는 짜임새를 목표로 하고 세계를 만들면서 즐거워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반면, 일관성이 떨어지거나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설계로 작업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분명 존재한다. 그럴 때는 코드 한줄 한줄 을 쓸 때마다 하품이 나오고 따분하다.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의 상황.

 

세계에 『프로그래밍』이 없었다면

프로그래밍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프로그래머나 프로그램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곧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암시한다. 그럼 인류는 달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고, 원자력 발전소도 수시로 폭발했을 테고, 인간 게놈도 밝혀내지 못했을 테지. 그리고 아마 사람들은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대신 친근한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컴퓨터 대신 TV를 붙잡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 컴퓨터가 없는 세상이었다면, 아마 어렸을 적, 컴퓨터를 몰랐던 때의 장래 희망처럼 이론물리학을 하거나... 도서관 사서, 그런 것을 하게 되지 않았을 까 싶다. 더 나은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그리 나쁘진 않으니까.

 

바톤을 받는 5명 (지정과 함께)

- 징 : 무협

- 미러 : 하루키

(더이상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이 없음. 생략)

 

Posted by uhm
misc.log2006. 4. 24. 08:36

나는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수많은 회유와 유혹이 있지만 절대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예전에는 쥬라기 공원, 단군의 땅, 사르디니아 등의 머드를 내가 죽돌이로 있다시피 한 동호회에서 우르르 몰려가서 했었다. 그 당시부터 나의 가장 긴밀한 인간관계를 구성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했지만, 나는 얼마간 하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그만두었다.

그 후 내가 군에서 전역한 후, DAOC, 메이플스토리 등의 온라인 게임에 역시 또 동호회사람들이 몰려가서 단체로 파티플을 하곤 했었지만, 나는 동참하지 않았다. 라그나로크, 마비노기, 테일즈 위버 등이 무료 오픈베타였을 때 잠깐씩 한 적은 있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그만두었다. 최근 약 1년간에는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동호회 사람들이 같은 WOW길드를 구성하고 매일 접속하여 플레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유혹한다. WOW는 다른 온라인 게임과 다르니까 같이 하자고.

물론, 나는 아직까지도 안하고 버티고 있다.

 

나는 온라인 게임이 싫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내가 해오고 재미를 느꼈던 '게임'이라는 것과는 다르다. 사실, '다르다'는 느낌은 있지만, 무엇이 다른지를 명확히 규정하자면 참으로 모호한 점이 많은데,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는 게임에서까지 책임을 지기는 싫다"

 

내가 해오던 패키지게임은, 적어도 게임 안에서 나는 자유롭다. 그 어떠한 행위를 하던, 게임을 끄고 나면 나에게 돌아오는 책임이 없다. 엑스윙을 타고 레이저만으로 스타디스트로이어를 뽀개건, 머레이가 가이브러쉬에게 늘어놓는 허풍을 하염없이 계속 듣고 있건, 스텔라 컨버터로 행성만 뽀개면서 다니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어떠한 삽질을 하건, 혹은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쉽게 임무를 완수하건, 게임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건 나는 자유로우며, 게임이 끝난 후에 어떠한 책임도 나에게 남지 않는 것이다. 게임을 망쳤다고? 그렇다면 그냥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된다. 어떠한 책임도 주어지지 않는 완전한 자유. 그것이 내가 꿈꾸는 게임속 세계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캐릭터에 반영되어, 다음번 접속할 때마다 그 기록이 쌓이고, 그에대한 책임이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삽질'을 한 덕분에 렙업이 느려지면, 바로 그에 대한 영향이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그뿐인가. '삽질'을 계속하면 같은 길드, 같은 파티원, 혹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마저도 한마디씩 한다. 결과적으로 게임 안에서 어떤 '존재'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작용하는 것이다.

 

난 그저, 게임 안에서만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게임 속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것 뿐이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인데, 온라인 게임은 사회 생활과 그 모든 인간관계의 재현이 아니던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게임 속에서마저 져야 한다면, 게임으로써 효용가치가 없지 않을까? 난 적어도 게임 안에서만큼은, 아무런 책임도 부여받지 않은 채로, 그저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Posted by u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