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log2008. 1. 24. 10:38

떡밥이다! (덥썩 우적우적)

 

PC게임계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던 MS를 흔드는 것은 게임 개발사들의 양다리 걸치기, 즉 크로스 플랫폼 개발이다. 게임사 입장에서야 게임 하나 만들어서, 북미에서 흥행할지, 혹은 유럽, 일본, 한국, 중국 어디에서 흥행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주도적인 플랫폼만을 기반으로 출시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하는 법.

 

사실 윈도우 독점의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을 하기 편한 플랫폼이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리눅스를 한동안 깔아서 써봤고, 예~~엣날에는 OS/2도 깔아서 써본 바로는 그냥 웹서핑하고 사무를 보는 것은 어떤 OS를 써도 똑같은 정도로 편하거나 복잡하다는 느낌이다. 다만 다른 것은 게임을 할 때 뿐. 고성능 PC를 들고서 게임을 하고자 했을 때, 리눅스나 맥OS를 쓰고 있다면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 이러한 과점은 positive-feedback에 의한 결과인데, 이 이유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포스팅이 하나 나오므로 생략. 애플 스토어에서는 맥OS지원 게임의 목록을 일일이 게시하고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좁다.

 

이런 추세는 콘솔 게임이 대세를 이루면서 희박해질 수 있다. 콘솔에서 XBOX는 DX와 유사한 API를 쓰지만, 그 밖의 다른 플랫폼은 오픈GL이 대세이고, 심지어 PS3는 리눅스를 OS로 쓴다. 각 게임 개발사들은 그전에는 DX에 기반한 게임만을 만들 기술이 있었지만, 지금은 크로스 플랫폼 개발 위주이다 보니 싫든 좋든 DX와 더불어 오픈GL로도 어찌됐든 게임을 만들줄 알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게임에서 하드웨어 의존적인 레이어를 완전히 분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각 게임개발사들은 원한다면 하드웨어에 의존적인 하위레이어를 교체하여 어떤 플랫폼이든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MS가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실수 하나만 저질러도 시장 우위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이를테면, DX SDK의 하위호환성 포기라든가, DX런타임을 정품인증을 통해서 배포한다든지 (인정하자. 전세계에서 윈도우, 특히 게이머의 PC에 깔린 윈도우는 거의 다 불법복제판이다) 하는 정책적 실수를 저지른다면 게임개발사들은 이제는 "그래? 그럼 DX안쓰고 오픈GL쓰지 뭐"하고 돌아설 수 있게 된다. 그런 후에는 "어차피 오픈GL인데 윈도우로 내면서 맥OS로도 같이 낼까?"하게 된다.

비스타에서 오픈GL 네이티브 ICD 지원을 제거하려다가 결국 못하게 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상 게임과는 별로 관계없긴 하지만 비스타에서 오픈GL지원을 제거하면 오토데스크 같은 커다란 기업이 떨어져 나간다. 오토캐드같은 드로잉 의존성이 큰 녀석을 DX로 다시 짜느니 윈도우에서 맥OS로 플랫폼을 바꾸는게 더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나오면, 적어도 그래픽 시장에서 윈도우는 시장독점적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비스타는 오픈GL의 네이티브 ICD를 지원한다.

 

MS가 독점적 지위를 잃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그 임계점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엘온소프트웨어에서 지적했듯이, 10년 전의 IT분야 10대기업순위에서 MS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봤을 때, MS가 정책적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위태위태하다. 지금도 MS가 사소한 실수 하나만 한다면, 게임개발사들은 (기술적으로는) 언제든 MS와 윈도우로부터 독립선언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하지 않는 것은 MS가 나눠주는 사탕이 너무 달착지근하기 때문.

 

 

Posted by u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