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업그레이드하면서 인텔 CPU와의 질긴 인연을 끊었다.
그동안 써본 인텔 시스템은,
- Intel 80486DX2-50
- Intel Pentium 133
- Intel Pentium3 500
- Intel Pentium3 866
- Intel Pentium4 2.4c
요렇게 5개이다.
옛일을 생각하며, 지난 인연을 정리.
93년 말 : 처음 산 PC
CPU - Intel 486 DX2-50.
사상 최초로 시스템클럭=CPU클럭의 등식을 깨버린 CPU제품이다. 시스템클럭을 올리려면 주변기기를 모두 다 빠르게 다시 만들어야 하니, 고육지책으로 나온 기법이랄까. 시스템 클럭을 뻥튀기해서 CPU에 집어넣어 CPU만이라도 빨리 돌리자.. 라는 컨셉. 2년쯤 지나자 사양이 후달려서 시스템 클럭을 33Mhz로 오버클럭하여 DX2-66으로 썼던 놈.
486이 각별한 점은, 클래식한 80x86과 같은 모델명을 쓴 마지막 CPU라는 점이다. 그당시 사이릭스와 AMD등이 386과 486이란 이름을 마구 쓰던 시절이었다. 이를 의식한 인텔은 486을 마지막으로 숫자 모델명을 없애고 펜티엄이란 이름을 쓴다. 어차피 펜타 = 5 이므로, 586이란 이름인 셈이지만. 사실 아키텍처도 약간 바뀌었는데, 파이프라인을 두개로 늘리고 스칼라 구조가 아닌, '슈퍼 스칼라 구조'라고 이름붙였다.
칩셋 - X
당시 메인보드에는 칩셋이란 개념이 없었다. 메인보드 칩셋이란 개념은 PCI방식이 나온 후에나 나온 것이므로. 이때의 메인보드는 매우 소박한 물건으로, BIOS모듈과, 기껏해야 PIC나 PPI등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물건. 온보드 IDE컨트롤러도, 시리얼 포트도 없었다. 그와 같은 일은 모두 별도의 IO카드가 해주는 구조.
램 - 30핀 SIMM 4메가.
지금은 다들 어찌됐든 DIMM제품이지만, 이때는 30핀 SIMM제품이었다. 후에 1메가당 3만 3천원이란 거금을 주고 4메가를 더 달았다.
그래픽카드 - 웨스턴 디지탈 WD90C33.
아직도 이 모델명을 기억하고 있는게 신기하다. -_- 비디오 메모리 512킬로바이트의 초라한 양이었지만, 그래도 640*480에서 256칼라 게임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은 놀라웠다. 물론, 당시에는 무지막지한 크기의 VESA Local Bus 방식의 슬롯에 끼우는 카드였다.
하드 - 340메가.
맥스터제품이었다. 내가 산 PC는 뉴텍 제품이었는데, 다른 사양은 그냥 조립 PC와 동일한데, 유별나게 SCSI방식으로 하드디스크를 연결하는 제품이었다. 뭐, 당시에는 IDE타입 인터페이스가.. E-IDE가 나오기 전이라, 오직! 두개의 IDE 드라이브만 연결할 수 있었기에, 하드를 7개까지 달 수 있는 SCSI방식이 매력이 있던 시절이었다. 물론, 데이터 전송시에 CPU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이었기 때문에, 당시 많은 CD복사업자들이 사랑하던 주변기기 인터페이스가 SCSI였다. 그런데, 단점이라면 하드 가격이 IDE타입 하드의 두배라는 점. 나중에 퀀텀 Maveric 540메가 하드를 SCSI방식으로 더 달긴 했는데, CD-ROM은 IDE방식으로 달아버리고 결국 다음번 업그레이드에서는 SCSI방식은 포기.
97년 초 : 대규모 업그레이드.
CPU - Intel Pentium 133.
펜티엄 90계열의 부동소수점 연산 오류로 인하여 한동안 업그레이드를 꺼리다가 결국 고등학교 졸업을 맞아 대규모 업글을 단행하면서 Pentium 133으로 씨퓨를 교체. 이당시 물론, Pentium MMX 200과 233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너무 비싸 포기.
칩셋 - 인텔 430HX.
이때는 이미 시스템 버스의 대세가 베사로컬버스에서 PCI로 바뀐 시점이었다. 시스템 버스의 제어를 별도 칩셋으로 분리한 인텔 덕택에, 넵튠이니, 머큐리니, 트리톤이니 하는 코드명의 메인보드 칩셋들이 나왔었다. 내가 선택한 칩셋은 HX. PC에서는 FX칩셋을 많이 쓰던 시절이었고, HX칩셋은 기업용 웍스테이션용으로 광고를 때리던 시절이라.. PC용 HX칩셋 메인보드는 꽤나 호평을 받았었다. 메인보드 메이커는 우리나라 어느 회사였는데 까먹었다. 당시 대만 ASUS 제품을 카피해서 싸게 만들었다는 걸로 꽤나 유명한 제품이었는데 지금은 회사가 망했는지 어쨌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검색도 안된다.
램 - 72핀 SIMM 32메가.
72핀 모듈램 8메가 짜리를 4장 꽂았다. 가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이때도 1장당 3만 얼마쯤 했었던것 같다. 전에 쓰던 30핀 램은 이제 더이상 시스템 메인메모리로는 쓰이지 않게 되었었는데, 그 당시 나왔던 사운드카드중에 30핀 램을 사운드 폰트용 메모리로 쓰던 제품들이 있어서 (사운드 블래스터 AWE32같은 것들) 중고 램을 의외로 비싸게 팔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픽카드 - Tseng Labs의 ET6000 2.25MB
이때는 거의 모든 조립 PC는 ET6000을 달았었다. 일부 돈이 많거나,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은 ATI나 매트록스 밀레니엄 같은 제품을 쓰긴 했지만, 나처럼 돈이 없고, 가격대 성능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PC를 조립할 때는 거의다 ET6000을 달았었다. 가격대 성능비는 극강이었으므로.
비디오메모리는 2.25MB라는.. 희한한 용량이었는데, 이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1024x768 해상도에서 24비트 트루칼라를 쓰려면.. 1024*768*3 바이트의 비디오 메모리가 필요한데, 요것을 계산하면 2359296바이트, 메가바이트로 환산하면 2.25MB였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비디오메모리가 2메가였으면 겨우! 250KB때문에 1024*768에서 트루칼라라는 고지를 못볼뻔 하지 않았는가. 하하핫;
또한 그래픽카드의 인터페이스는 VL버스가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PCI로 대체된 시기였다. PCI버스의 기본 속도가 VL버스의 속도를 능가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만들기 어렵고 귀찮은 (VL버스 슬롯의 핀 수는 PCI 슬롯의 3배가량 되었으므로) 베사로컬 방식의 그래픽 카드를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와 더불어, PCI그래픽카드가 활성화되면서, 듀얼 디스플레이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VL버스에서는 베사 슬롯에 두개 이상의 장치를 달면 시스템 성능이 매우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서 (왜냐면, VL버스는 모든 주변장치가 CPU에 직접 연결되는 구조였으므로, 비디오카드 같이, 대역폭을 많이 요구하는 장치를 두개나 달면 당연히 CPU가 할일이 많아지는 구조였다) 듀얼디스플레이를 구성하기에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반면, PCI는 시스템 버스의 제어를 칩셋이 대부분 도맡아 하기 때문에 주변장치를 왠만큼 달아도 전체 시스템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구조. 그래서 PCI그래픽카드를 두개, 세개씩 달아서 멀티 디스플레이를 꾸민 사람도 꽤 있었다. 단점이라면, 모니터라면 CRT밖에 없던 시절이라.. 책상 공간을 많이 차지 한다는 점;;
하드 - 퀀텀 파이어볼 2.1기가
드디어 하드 용량이 기가 단위로 넘어왔다. 그와 더불어 그전에 쓰던 SCSI방식을 버리고 EIDE방식으로 전환한 시기.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는 퀀텀 제품이었지만, 이름에 걸맞게 무지막지하게 발열이 심했다는 게 단점이다.
2000년 초 : 형을 위한 업그레이드
이때는 내가 군대에 있던 시기였는데, 휴가나왔다가 형이 집에 있는 컴퓨터가 후지다고 업글하자고 해서 산 놈이다.
CPU - 인텔 펜티엄3 500Mhz
97년에 업글한지 3년이 지나는 동안, CPU가 MMX와 펜티엄 프로를 거쳐, 펜티엄2도 지나가버리고 펜티엄3가 나온 시기였으니, MMX도 아닌 그냥 클래식 펜티엄133으로 버티기는 힘들기도 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펜티엄2를 그냥 넘어간 이유는, 펜티엄2가 근본적인 구조의 개선이 아니라, 그냥 메인보드에 있던 L2캐쉬를 CPU안으로 밀어넣은 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펜티엄3도 펜티엄2의 클럭을 올리기 위해서 파이프라인을 더 잘게 나눈 것 뿐이긴 하지만.. (후에 인텔은 똑같은 짓을 펜티엄4를 만들면서도 했다. -_-)
칩셋 - 인텔 440BX
메인보드 제품은 ASUS P3B-F. 명품이라고 아직도 회자되는 물건이다. BX 칩셋은 인텔의 메인보드 칩셋 제품군중 가장 장수하는 제품이 된다.펜티엄2 시절에 나와서 펜티엄3의 수명이 다할때까지 줄기차게 쓰였던 칩셋. 아수스 메인보드 역시 잘나가기로 소문난 제품이었다.
램 - 168핀 DIMM 128메가
DIMM 슬롯에 꽂는 램을 처음 써봤다. 이 당시의 램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
비디오카드 - 매트록스 밀레니엄 G200 8MB
2D그래픽 작업을 하는 형이 강추해서 구입한 그래픽 카드. 명성에 걸맞게 칼같은 2D가독성과 색감을 보여준다는데... 막눈인 나로서는 잘 구분이 안간다 -_-
그리고 이때는 비디오카드 인터페이스로 PCI가 물러가고 AGP가 대권을 잡았다. (AGP는 Accelerated Graphic Port의 약자였던가) 사실 AGP는.. 비디오메모리가 용량이 대부분 후달리므로, 시스템 메모리를 비디오 메모리로 대신 쓸수 있게해주자.. 라는 컨셉이었는데... 요게 문제가 많았다. 결정적으로, AGP를 통해서 시스템메모리에서 그래픽프로세서로 전송하는 속도가 만만치 않게 느렸다는 점이다. 뭐 그래서 나중에는 속도를 올리기 위해 AGPx4, AGPx8 등등이 나오긴 했지만, AGP의 원래 목적인 '시스템 메모리와 비디오 메모리 공유'는 그저 환상속의 기술로만 남게 됐다.
2001년 중순 : 공식적인 나만의 PC
군복무를 끝마치고 장만한, 정말 나만의 PC이다. 그전까지의 PC가 온가족이 함께 쓰는 컨셉이었다면, (사실상 내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이번 PC는 나만이 쓰는 것을 전제로 구매한 PC였다.
CPU - 인텔 펜티엄3 866Mhz
비슷한 가격대에 펜티엄3 800Mhz제품이 있었고, CPU성능 자체는 비슷했지만, FSB가 133Mhz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여 구매한 CPU. 800Mhz짜리는 FSB가 100Mhz여서 전체적으로 FSB 133Mhz인 866Mhz 제품의 시스템 성능이 우세였다.
칩셋 - 인텔 i815EP
메인보드 모델은 ASUS CUSLC-2. 이 제품 역시 명품 취급받았던 놈이다.
램 - PC133 SDRAM 128MB*3
시스템의 FSB가 다양해 지면서, 램도 FSB에 따라서 구분이 이루어졌다. 당연스럽게도, FSB 133Mhz를 지원하는 PC133규격을 사용했다.
그래픽카드 - nVidia GeForce2 GTS 32MB
물건중의 물건. 2년 후에 나온 지포스4 MX따위의 저가형 모델보다는 당연히 우월한 성능을 보여줬다. (http://users.erols.com/chare/video.htm) 시대를 초월한 물건이랄까.
하드 - 시게이트 7200RPM 40기가.
이때의 기술적 특이점이라면 ATA100, ATA133 같은 규격이 나왔다는 것 정도? 덕분에 케이스를 열면 거대한 뫼비우스의 띠를 볼 수 있게 되었다 -_-
2003년 말 : 게임을 위해 업그레이드!
2003년 말에 하프라이프2가 나올거라는 루머가 있어서 업글을 단행. 물론, 당시에 막 출시한 홈월드2를 위해서도 업그레이드를 했다. (결국 하프라이프2는 그 다음해에 나오긴 했지만)
CPU - 인텔 펜티엄4 2.4c
2.4기가 제품중에서도 다른 제품들은 (2.4a, 2.4b) FSB가 400Mhz, 533Mhz같은 식이었는데, 요놈은(2.4c) FSB가 800Mhz여서 당연히 성능이 더 좋았다. 더군다나 하이퍼 쓰레딩까지 지원하여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물건.
하지만, 펜티엄4 시리즈 자체가 1기가 클럭의 선수를 AMD측에 뺏겨버리고 인텔이 발악한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모델이다. 클럭을 올리기 위해 파이프라인만 깊게 나눠서 만든 구조라.. 전반적인 성능은 같은 클럭을 가상했을 때 펜티엄3 1.7Ghz정도?
칩셋 - 인텔 i845
메인보드 모델은 ASUS P4PE-X. 이미 ASUS 빠돌이가 되어 있었기에, 인텔 845칩셋을 쓴 ASUS의 요 제품을 샀는데... 뭐 무난하긴 하다. 하지만 칩셋 자체가 PC3200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칩셋이 아닌데도 BIOS레벨에서 꼼수를 부려서 지원하도록 만든 메인보드 제품이라.. 명기라거나 명품의 레벨까지 오른 제품은 아니라는 인상.
램 - PC3200 DDR SDRAM 256MB * 3
특이하게도 메인보드에 메모리 슬롯이 3개였다. 처음에 부품을 사오면서 대충 512메가로 쓰자. 라고 생각하고 256메가 두개를 사왔는데.. 메인보드 매뉴얼을 보니 램을 두개만 꽂으면 안되는 구조.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256짜리 한개를 더 사와서 768메가 라는, 어정쩡한 용량의 메모리가 되고 말았다.
그래픽카드 - ATI Radeon9600 128MB
그당시 나와있던 물건들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프2가 다이렉트X 9.0 기반이라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져 있어서, 다이렉트X 9.0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하는 카드들 중에서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고 생각해서 구매했다.
하지만 막상 하프2가 출시된 시점은 내가 업그레이드를 한 지 1년이 지난 후여서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 후였다. 다이렉트X 9.0을 지원하긴 하지만, 하프2를 플레이하기엔 성능이 후달렸던 것은 사실. 하지만 나의 베스트 게임 5위안에 드는 홈월드2는 매우 잘 돌아갔다. 후훗.
그리고, 2006년 초 : 역시 게임을 위해 업그레이드!
카운터스트라이크:소스의 프레임레이트에 좌절해오다가 업그레이드를 단행!
CPU - AMD Athlon64 3200+
이번에 업그레이드하면서 AMD제품을 처음 써보는 것이다. 64비트 인스트럭션 셋을 지원하는데, 아직까지 64비트 어플리케이션이 많지 않아 32비트 윈도우를 깔아 쓰고 있다. 전반적인 성능은 만족. 클럭은 비록 2Ghz로, 전에 쓰전 펜티엄 2.4c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펜티엄4 시리즈의 전반적인 성능이 동일 클럭을 가상했을 때 클럭이 0.7배인 펜티엄3와 대강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2배정도의 성능향상.
칩셋 - nVidia nForce4 Ultra
사실 AMD칩셋의 세계는 잘 모른다. 메인보드 모델은 기가바이트 GA-K8NF9-Ultra. 그냥 좋다니까 이놈을 샀다.
램 - PC3200 DDRSDRAM 512MB*2 + 256MB*2
256 두개는 전에 쓰던 시스템에서 빼왔고 512두개를 새로 주문했는데, 한개는 단면램, 한개는 양면램이 와서 우여곡절 끝에 미러양과 1:1교환하여 512메가 단면램 두개로 듀얼채널 시스템 구성! 확실히 싱글채널일때보다 게임에서 프레임이 잘 나오는 것을 확인. (아싸 좋쿠나)
그래픽카드 - nVidia GeForce 6800GS 256MB
가격대 성능비 최강인 물건. 말이 필요 없다. 대충 이 시기부터 그래픽카드 인터페이스로 AGP는 물러가고 PCI Express가 자리를 잡기 시작해서, 이놈이 내가 처음 산 PCI Express 그래픽 카드.
PS : 쓰고보니 길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