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log'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06.04.14 감동의 순간
  2. 2006.03.03 두 능력
  3. 2005.12.23 어차피 우리에겐
  4. 2005.11.19 발광하는 MS
  5. 2005.10.08 이너시아드
misc.log2006. 4. 14. 06:06

http://scifian.egloos.com/2352590 에서 트랙백.

 

사람마다 모두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 다르다. 트랙백의 원문에서는, 자연 풍광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하고, 내친구 징군은, 게임의 기막힌 연출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감동은, 감정적인 감동이 아니라, 경외감이랄까, 어떤 새로운 경지를 알았음이 느껴지는 순간을 일컫는 것이겠다.

 

내가 감동을 받았던 순간은, 어떤 '벽'을 통과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GW베이직으로 제일 처음 만든 16-퍼즐이 돌아가던 순간. C로 (그 유명한) Hello, world 를 출력해본 순간. 내손으로 DPMI를 써서 SVGA모드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어본 순간.

 

내가 어떤 '벽'을 통과했으며, 그 앞에 있는 벽도 뚫을 수 있을것 같은 방법을 희미하게 알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그중에서 제일은 역시, 객체지향의 본질을 (내 나름대로)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객체에서 객체로 이어지는 그 일관성의 흐름. 그리고 그 일관성의 흐름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그 순간. 내 손으로 어떠한 세상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되는 그 순간.

 

뭐랄까. 비유하자면, 산속 계곡에서 수풀이 우거진 가운데 좁다란 하늘만 올려다보면서 산을 오르다가 정상에 오르니 내 발아래 세상이 이렇게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정상에 오르니 그동안 지나쳐왔던 풀잎도, 나뭇가지도, 돌맹이도, 물방울도, 모두 산을 이루고 세상을 이루던 것들이었다는 통찰감. 그리고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더 큰 산이 옆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좌절감과 두려움, 그리고 기쁨까지.

 

역시나, 이러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긱geek들은 바로 저런 느낌을 느낀 적이 있었기에, 그렇게 한 분야에 골몰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느낌을 전달하고 공감하기 어렵기에, 그래서 긱이 왜 그렇게 긱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닐까.

 

 

Posted by uhm
misc.log2006. 3. 3. 08:16

잘난척좀 해보자.

버텍스리스트로 구현한 모델데이터 파일을 인덱스리스트로 재구성하면서 느낀거다.

엔지니어로써 가장 뿌듯하면서도 우울할 때는, 반년 전에 만든 코드를 보수하면서 그때 내가 올바른 결정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던 때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때 나는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주장했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밀려서 다른 방향으로 작성된 코드를, 다시금 그때 내가 주장하던 방향으로 고쳐야 할 때이다.

돌려서 말했는데,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사람 말 믿고 했다가 결국 내말이 옳음을 발견했을 때를 말한다.

뭐라할지, 내 엔지니어로써의 식견이 그다지 쓸모 없지는 않다는 것과, 아직은 내 사회적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상반된 두 종류의 능력의 유/무를 느끼게 되는 뿌듯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다.

 

 

Posted by uhm
misc.log2005. 12. 23. 03: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폭풍우 치는 추운 밤에 우린 걸었지
 가난한 가슴의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 자우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Posted by uhm
misc.log2005. 11. 19. 17:08

MS에서 Visual Studio Express Edition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1년간 공짜이고,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1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Visual Studio 2005과 비교하면 몇가지 기능은 빠져 있다고 하는데, 설치하려면 서비스팩2를 깔아야 한다고 해서 아직 뭐가 빠져 있는지는 알아보질 못했다.

뭐라할까, 딱, 이런 느낌이다
"정말 돈지랄을 해대는구나"

사실, MSVS계열은 개발 툴 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렇게 돈지랄을 해대는 이유는, MSVS의 최대 경쟁자는 MSVS이기 때문이다 -_-

사실 대부분의 학생, 개발자, 개발자 지망생들은 아직도 손에 익은 개발툴로 VC6.0을 꼽고 있고, VS.net은 무겁거나, 혹은 인터페이스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환을 고려하지도 않고 있는듯 하다.

학생들이 스킬을 익히는 학창시절에, 조교들은 단지 자기들 손에 익었다는 이유만으로 VC6.0으로 과제를 요구하곤 한다. 그래서 결국 학생들도 VC6.0이 손에 익게 되고, 실무에 나가서도 VC6.0을 고집한다. 또한 그 학생들중 일부는 다시 조교가 되어 VC6.0 유저그룹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새로 나온 VS2005의 가장 중요한 경쟁상대가 VC6.0인 웃지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왜냐하면, VC6.0을 쓰고 있는 개발자들은 더이상 MS에게는 수익원이 될 수 없으므로.
단지 업글 수요를 만들기 위해 저런 돈지랄을 해댈 수 있는 MS란 회사가 무섭기까지 하다 -_-


Posted by uhm
misc.log2005. 10. 8. 23:03

까까의 블로그에서트랙백.

 

http://ggemguide.com/game_view.htm?uid=55

내 애증의 대상이랄까.

설계의 짜릿함과 구현의 기쁨을 알게 해준 동시에,

관리자의 부재와 자금의 압박이 어떻게 프로젝트를 망치는지도 알게 해준 게임이었다.

 

그래도 지금 저렇게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더욱이 좋게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뭐랄까, '돌아온 탕아'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만든 코드에 버그가 너무 많아서 부끄럽기도 하다. -_- 그 무수한 버그를 잡아준 그섬군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하기 싫었던 그 많은 삽질들도 해치워 버리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존경스럽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할말도 많지만, 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이라고 할말이 없겠는가. 언제 한번 거하게 모여서 마라톤 postmoterm이라도 해야 하는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하핫.

 

Posted by u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