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log2006. 4. 24. 08:36

나는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수많은 회유와 유혹이 있지만 절대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예전에는 쥬라기 공원, 단군의 땅, 사르디니아 등의 머드를 내가 죽돌이로 있다시피 한 동호회에서 우르르 몰려가서 했었다. 그 당시부터 나의 가장 긴밀한 인간관계를 구성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했지만, 나는 얼마간 하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그만두었다.

그 후 내가 군에서 전역한 후, DAOC, 메이플스토리 등의 온라인 게임에 역시 또 동호회사람들이 몰려가서 단체로 파티플을 하곤 했었지만, 나는 동참하지 않았다. 라그나로크, 마비노기, 테일즈 위버 등이 무료 오픈베타였을 때 잠깐씩 한 적은 있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그만두었다. 최근 약 1년간에는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동호회 사람들이 같은 WOW길드를 구성하고 매일 접속하여 플레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유혹한다. WOW는 다른 온라인 게임과 다르니까 같이 하자고.

물론, 나는 아직까지도 안하고 버티고 있다.

 

나는 온라인 게임이 싫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내가 해오고 재미를 느꼈던 '게임'이라는 것과는 다르다. 사실, '다르다'는 느낌은 있지만, 무엇이 다른지를 명확히 규정하자면 참으로 모호한 점이 많은데,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는 게임에서까지 책임을 지기는 싫다"

 

내가 해오던 패키지게임은, 적어도 게임 안에서 나는 자유롭다. 그 어떠한 행위를 하던, 게임을 끄고 나면 나에게 돌아오는 책임이 없다. 엑스윙을 타고 레이저만으로 스타디스트로이어를 뽀개건, 머레이가 가이브러쉬에게 늘어놓는 허풍을 하염없이 계속 듣고 있건, 스텔라 컨버터로 행성만 뽀개면서 다니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어떠한 삽질을 하건, 혹은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쉽게 임무를 완수하건, 게임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건 나는 자유로우며, 게임이 끝난 후에 어떠한 책임도 나에게 남지 않는 것이다. 게임을 망쳤다고? 그렇다면 그냥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된다. 어떠한 책임도 주어지지 않는 완전한 자유. 그것이 내가 꿈꾸는 게임속 세계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캐릭터에 반영되어, 다음번 접속할 때마다 그 기록이 쌓이고, 그에대한 책임이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삽질'을 한 덕분에 렙업이 느려지면, 바로 그에 대한 영향이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그뿐인가. '삽질'을 계속하면 같은 길드, 같은 파티원, 혹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마저도 한마디씩 한다. 결과적으로 게임 안에서 어떤 '존재'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작용하는 것이다.

 

난 그저, 게임 안에서만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게임 속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것 뿐이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인데, 온라인 게임은 사회 생활과 그 모든 인간관계의 재현이 아니던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게임 속에서마저 져야 한다면, 게임으로써 효용가치가 없지 않을까? 난 적어도 게임 안에서만큼은, 아무런 책임도 부여받지 않은 채로, 그저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Posted by uhm
misc.log2006. 4. 14. 06:06

http://scifian.egloos.com/2352590 에서 트랙백.

 

사람마다 모두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 다르다. 트랙백의 원문에서는, 자연 풍광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하고, 내친구 징군은, 게임의 기막힌 연출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감동은, 감정적인 감동이 아니라, 경외감이랄까, 어떤 새로운 경지를 알았음이 느껴지는 순간을 일컫는 것이겠다.

 

내가 감동을 받았던 순간은, 어떤 '벽'을 통과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GW베이직으로 제일 처음 만든 16-퍼즐이 돌아가던 순간. C로 (그 유명한) Hello, world 를 출력해본 순간. 내손으로 DPMI를 써서 SVGA모드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어본 순간.

 

내가 어떤 '벽'을 통과했으며, 그 앞에 있는 벽도 뚫을 수 있을것 같은 방법을 희미하게 알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그중에서 제일은 역시, 객체지향의 본질을 (내 나름대로)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객체에서 객체로 이어지는 그 일관성의 흐름. 그리고 그 일관성의 흐름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그 순간. 내 손으로 어떠한 세상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되는 그 순간.

 

뭐랄까. 비유하자면, 산속 계곡에서 수풀이 우거진 가운데 좁다란 하늘만 올려다보면서 산을 오르다가 정상에 오르니 내 발아래 세상이 이렇게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정상에 오르니 그동안 지나쳐왔던 풀잎도, 나뭇가지도, 돌맹이도, 물방울도, 모두 산을 이루고 세상을 이루던 것들이었다는 통찰감. 그리고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더 큰 산이 옆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좌절감과 두려움, 그리고 기쁨까지.

 

역시나, 이러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긱geek들은 바로 저런 느낌을 느낀 적이 있었기에, 그렇게 한 분야에 골몰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느낌을 전달하고 공감하기 어렵기에, 그래서 긱이 왜 그렇게 긱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닐까.

 

 

Posted by uhm
geek.log2006. 3. 27. 09:46

이번에 업그레이드하면서 인텔 CPU와의 질긴 인연을 끊었다.

그동안 써본 인텔 시스템은,

- Intel 80486DX2-50

- Intel Pentium 133

- Intel Pentium3 500

- Intel Pentium3 866

- Intel Pentium4 2.4c

요렇게 5개이다.

옛일을 생각하며, 지난 인연을 정리.




Posted by uhm